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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발언대] “시리어스 게임은 시리어스 비즈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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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발언대] “시리어스 게임은 시리어스 비즈니스다”
- 여명숙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
- | 기사입력 2014년 11월 18일 17:06 | 최종편집 2014년 11월 18일 18:00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빌렘 알렉산더 국왕을 비롯한 100여명의 네덜란드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찾았다. ‘창조경제를 향한 혁신적 방안’ 이라는 주제로 양국경제협력을 위한 컨퍼런스가 개최됐는데, 이때 큰 인기를 얻은 분과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기능성 게임을 위한 장난스러운 오찬(Playful Luncheon for Serious Game)’ 이었다.
이 포럼에 참가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능성게임’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중 하나이며, 교육과 건강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새로운 플랫폼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오해받던 게임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받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잼’이 뭐길래? 집단지능으로 게임세상 바꾼다
이날 포럼에선 ‘기능성게임은 첨단 ICT기술과 우수한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어야만 결실을 이룰 수 있는 첨단 융합산업’이라는 비전이 선포됐다.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은 서로 협력해 기능성게임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여기에 이어 참가학생들의 창작품 발표에 이어 양국 기능성게임 전문가 4명의 주제발표 및 토론도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행사의 가장 큰 볼거리는 올해의 ‘게임잼’ 입상 팀 시싱식이었다. 네덜란드 외무경제 차관이 직접 나서 올해의 입상 팀들을 수상했다.
게임잼은 2년 째 열리고 있는 게임개발 대회다. 한마디로 ‘호모루덴스’를 위한 창작 난장이라고 불릴만 하다. 참가자들은 48시간 동안 서로 다른 전공분야의 학생들과 함께 게임을 만든다. 여건이 허락하면 실제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을 만들어 내는 팀도 있고, 이전에 없던 게임을 기획하기도 한다.
게임잼은 경쟁이 아닌 협력의 방식으로 ‘게임으로 사회를 바꾸자’는 취지로 진행되며 건강과 스포츠, 복지를 주제로 개발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48시간 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시간이 소중한 자산이 된다. 짧은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잠재된 창조적 자신감과 인문적 상상력을 확인하는 체험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게임잼을 공동 운영해 온 네덜란드 유트레히트대 마이카 히로체크 교수는 “이런 압력밥솥 같은 창작 방법론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며 자발적인 협력을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운영위원으로 지난 2년간 게임잼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과 거침없는 도전정신 때문이었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곧 ‘인문과 기술의 융합’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올해의 게임잼 우승 작품의 이름은 ‘스페이스 러너’. 화면을 보면서 실제로 운동하듯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사이먼 스미스 네덜란드 외무경제차관은 현장에서 즉시 게임을 체험 한 후 “이건 너무 신나는 게임”이라며 “오늘 운동량을 이걸로 다 채운 것 같고, 왜 우리 아들이 매일 게임만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라고 말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한국의 창의적인 인재들과 직접 만나서 그들의 창작 열정을 확인하고 민간 차원에서 자생적으로 이뤄진 한국과 네덜란드의 협력 연구의 결실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양국이 협력해 이런 창조 산업의 씨앗이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행사를 위해 영상메시지를 보내왔다. 권 의원은 “기술과 과학이 강하게 뒷받침 된 기능성게임은 창조경제를 견인할 핵심적인 융합기술사업”이라며 “이를 위해서 대한민국 국회도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해 양국 포럼 참가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기능성게임은 ‘한류 3.0’을 이끌 첨단 융합기술산업
융합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점이 있다. 융합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제를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다같이 미쳐있어야 가능하다. 완전한 몰입 상태에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창조산업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날 행사에선 코리아-네덜란드 게임잼의 확장과 크리에이티브 허브 구축을 위해서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인지과학회, 한국재활복지공학회,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이 지식 기부와 인프라 협력을 약속했다. 놀이를 통해서 건강상태를 바꾸고 학습방식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자는 취지에 공감한 참석자 분들께 감사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게임관련 정책이 변화를 겪었다. 게임 정책이나 게임을 바라보는 케케묵은 이중규범에서 벗어나 우리 아니면 안 되는 일을 찾아야 할 때다. 전 세계 체육교실과 과학박물관에 우리가 만든 체감형 게임이 깔려있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교육, 스포츠,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컨텐츠 산업의 외연을 넓히고 경계를 넘어서는 재미와 융합의 코드로 한류의 새바람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