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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표절 검색 시스템’ 다 잡아낸다..‘턴잇인’ 주목 … 국내선 KAISTㆍ한양대 등 도입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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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국 언어, 1억 건 이상의 논문 보유 ‘강점’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 ‘타인의 글에 예의를 갖춰 정확히 인용할 것’
영미권 대학 대부분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첫 수업에서 인용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지난 2월 초 독일에서는 아네테 샤반 당시 교육장관이 사임했다. 33년 전 작성한 논문이 무단 표절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 사회에서 표절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학문을 대하는 윤리적 자세이자 학자ㆍ학생의 당연한 의무로 표절을 엄격히 검증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98%에 달하는 대학이 턴잇인(Turn it in)의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 ‘표절 잡는 턴잇인’ 국내 도입 가속화 = 턴잇인은 표절을 검사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1994년 미국 UC버클리 학생들이 처음 만들었고 지금은 전 세계 126개국이 돈을 지불하고 턴잇인의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턴잇인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전 세계 35억개의 웹페이지, 1억 3400만건 이상의 학술 논문, 2억 8000여만개의 학생 리포트가 들어있다. 영어ㆍ독어ㆍ중국어ㆍ아랍어ㆍ한국어 등 15개 언어로 해석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턴잇인 프로그램에 과제나 논문을 띄우면 기존 논문과 문장의 유사도ㆍ중복도를 비교해 표절이 의심되는 부분에 색깔이 표시된다. 원 자료와의 중복 정도가 퍼센트로 표시되는데 이를 두고 교수나 학생이 표절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국내에선 KAIST가 턴잇인의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도입한지 5년째다. 이 대학 관계자는 “논문 표절과 학과 리포트 표절을 검증하는 방법을 두고 늘 고민하다 턴잇인을 알게 됐고 적절한 프로그램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AIST뿐만이 아니다. 국민대ㆍ한양대 등 21개 대학, KIST 등 6개 연구기관도 턴잇인을 이용 중이다.
턴잇인을 사용해 본이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학기가 시작하면 학생들에게 턴잇인 계정을 알려주고 과제를 제출 받는다는 한 교수는 “과제 제출을 모두 턴잇인을 통해 하다 보니 학생들이 리포트를 인터넷에서 사거나 베끼는 게 불가능하다”며 “덕분에 리포트 관리도 편하고 과제의 질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모 대학 공과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인 한 학생 역시 “논문이나 리포트 제출 전에 턴잇인으로 반드시 검색을 해 본다”며 “인용구를 제대로 달았는지 스스로 확인해하는 수단으로 삼아 만족한다”고 답했다.
좋은 평판 때문인지 서울대 역시 턴잇인과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부터 서울대의 모든 학과의 학부생과 대학원생, 연구원들 ‘논문 표절 검색 시스템’을 이용한다.
■ 표절 예방 프로그램으로 정보제공이 목적= 이처럼 국내에서 ‘표절 검색 프로그램’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건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부터 현직 국회의원까지 한국 사회에서 표절 문제는 자주 발생했지만 대부분 관련자의 사과와 입장 표명, 표절에 대한 윤리의식 차원의 노력에서 그치고 말았다.
외국의 경우는 ‘표절 전문가’가 있어 지적 재산권 보호 및 표절의 판단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또한‘표절 컨퍼런스’를 꾸준히 개최해 표절에 관한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표절에 관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표절검색 시스템’이 대학과 연구기관의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턴잇인의 후원으로 영국에서 열린 ‘국제 표절 컨퍼런스’에 참석한 서정욱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500여개의 출판 논문을 자체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표절 논란이 생길 만한 경우가 20%에 달했다”며 “지금까지는 표절에 무방비 상태였지만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절 검색 시스템의 도입은 환영하지만 표절을 판단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우리나라 말은 같은 단어를 썼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라며 “리포트나 논문의 표절을 검색할 때에도 단어의 중복만큼이나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영재 턴잇인 코리아 대표는 “턴잇인은 표절을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으로써 정보를 제공할 뿐 표절에 대한 최종 판단은 해당 기관의 전문가들 몫”이라고 답했다. 턴잇인의 정보를 바탕으로 글의 맥락과 의미를 고려해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절을 검사하는 것 만큼 연구윤리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KAIST의 한 교수는 “논문 표절을 시스템으로 검색해서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자 개인과 학생들의 연구윤리의식이 개선되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학에서 표절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엄격히 조치하고 동시에 윤리적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턴잇인은 ‘한국 대학의 연구 윤리 강화에 힘쓴다’는 목표 아래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꾸준히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표절 처벌이 아닌 예방이 목표”
[인터뷰] 마크 하노 마켓개발사업부장
▲ 마크 하노 턴잇인 마켓개발부장(왼쪽)과 유영재 턴잇인 코리아 대표 |
–영국에서 턴잇인을 98%이상 사용한다는 게 인상적이다.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표절은 늘 학계의 고민거리다. 영국 정부 산하의 교육위원회에서는 표절 검색 시스템을 도입해 표절을 예방하려고 했다. 검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여러 곳 중에서 턴잇인이 높게 평가돼 선정된 것이다.”
–턴잇인만의 경쟁력이라면.
“표절 검색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DB 확보다. 그 부분에 대해 턴잇인은 그 어떤 표절 검색 프로그램보다 많은 자료를 저작권자의 동의하에 보유하고 있다. 본사에 콘텐츠 부서가 따로 있는데 이곳에서 하루에도 60만 건이 넘는 문서를 확인하고 있다. 동시에 단순히 논문이나 리포트를 검색하는 프로그램만만 있는 게 아니다. ‘온라인 채점 기능’은 학생이 제출한 리포트에 대해 교수가 코멘트를 달아 학생이 피드백을 받는 것인데 학생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또 학생들이 서로의 리포트에 대해 평가하는‘상호평가기능’도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표절 검색 용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 두 기능도 많이 사용하리라 본다.”
–턴잇인은 같은 단어가 얼마나 많이 반복되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같은 단어가 많이 들어갔다고 표절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
“턴잇인의 목적은 표절을 적발해서 벌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표절을 예방해서 결국 ‘표절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동시에 학생과 교수에게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제대로 인용하는 법’을 알린다는 교육적 목표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실수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고 ‘표절’이 아닌 ‘인용’을 해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보호 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고민하는 기능이 있나.
“한국 논문의 DB를 많이 확보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저작권자의 동의를 하나하나 받아 DB를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단순히 단어가 똑같은 것만 검색되는 것이 아니라 바꾸어 표현하는 이른 바 ‘패러프레이징’을 찾아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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